우선은 기존의 잡지-단행본 시스템의 경우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잡지는 '다양한 만화들'을 격주 혹은 매주의 연재주기에 맞춰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잡지는 그 자체로 컨텐츠의 판매 수단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취향'의 '제한된 분량의 만화들'을 판다는 점에 있어서는 '컨텐츠의 판매'라기 보다는 '홍보 매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보다 많은 수의 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잡지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쓰고 있고, 실질적인 수익은 각 만화의 단행본 판매에서 기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독자들과의 연결 창구라고 해도 잡지의 판매에 비례하여 만화가가 수익을 얻지는 못한다. 잡지 매출의 대부분은 운영/인쇄/유통 등의 비용에 할애될 것이고, 작가들 고료를 포함하면 만성 적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확한 상황은 관계자가 아닌 이상 확언할 수는 없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는 분이 있으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잡지가 항상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홍보매체'인 것은 아니다. 만약 충분한 판매부수만 보장이 된다면, 규모의 경제의 이점으로 인해 잡지만으로도 흑자가 남게 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잡지-단행본 시스템의 목표는 매우 극명하다.
| "잡지와 단행본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 |
그리고 우리나라 만화계는 그것에 실패했던 것이다.
실패 요인이라면야 늘 거론되는 것이지만 수준 높은 일본 만화들이 들이닥칠 때 독자의 눈높이를 쫓아가지 못했다거나 하는 안이했던 부분들이고, 왜 실패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현재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실패 요인을 찾아서 보완하더라도 이미 잡지를 사서 보는 문화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실종되어버렸다"는 점에 있다.
미칠듯이 수준 높은 만화가 나온다 하더라도, 잡지를 사서 보는 사람들이 극소수가 되어버린 이상 사람들이 만화의 존재 자체를 모르게 되었다. 서서히 입소문을 타게 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실력 있는 작가들이 만화에 대한 꿈을 접거나 창작 의욕을 잃어버린 후가 되고 만다. 어느새 잡지니 만화에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이미 사람들에게는 어색한 행위가 되어버렸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어렵겠지만 출발점은 여기라고 생각한다.
| "사람들이 잡지를 보게 해라!" |
말이 쉽지, 어떻게? 온라인의 힘을 빌 수밖에 없다. 사실 이미 많은 수의 오프라인 잡지들이 온라인으로 진출해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잘 안본다는 것. 가격 면에서는 오프라인 잡지가 대개 2000원 정도인 반면 온라인에서는 1000원에 볼 수가 있는데, 사실 "싸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해상도 면에 있어서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소장"도 불가능하다. (소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장점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의 힘을 제대로 살리려면, 무료화밖에 없다. 하지만 무료화를 한다면 오프라인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거나 다름 없는 얘기다. 그러니까, 3개월 지난 잡지를 전면 무료화 해보는 거다. 우선 대형 포탈의 만화란에 잡지 형태로서 컨텐츠를 제공한다. (일부는 이미 하고 있다.) 그리고 3개월 지난 잡지를 최신호와 함께 전면에 무료로 내세운다. 보통 잡지가 격주로 출간이 되므로 2주가 지나면 다시 유료화가 되고 그 다음 호가 무료화가 된다. (독자들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기 위해 한달 정도 후에 유료화 하는 형태로 2호분 정도를 무료화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돈을 내지 않는) 독자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꾸준히 무료로 볼 수 있는 온라인 만화란이 하나 생긴 셈이 된다. 만약 재미있는 만화가 있어서 도저히 못참겠다면 돈을 내고 최신호를 따라잡을 것이다. 물론 기존에 돈을 내고 보다가 3개월 기다려서 공짜로 보려는 사람들도 생기겠지만, 이것은 전자에 대한 홍보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포탈 입장에서는 유/무료 전환이라는 약간의 추가적인 운영만으로 유료 컨텐츠가 무료화 하면서 생기는 페이지뷰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잡지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유료 독자가 무료 독자화 하면서 생기는 수익 감소'에 대한 리스크를 져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무료 독자가 생김으로써 생겨나는 향후 잡지/단행본 판매 증가 효과를 고려할 때, 이 리스크는 충분히 져볼만한 리스크가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