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최근의 대세(?)라고도 할 수 있는 웹툰 쪽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하겠다.
사실 웹툰이 대세라고 평가받는 것은 다름이 아닌 '독자 수'에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잡지들이 많아야 만 부, 십만부는 결코 넘지 못하는 수준에 있다면 웹툰은 인기가 있으면 충분히 백만 히트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웹툰은 여러가지 태생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문제점 1. 출판과의 연계
약간의 수익구조적인 차이점은 있지만, 온라인포탈의 만화란은 기존의 잡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오히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손쉬운 접근 기회를 열었다는 면에서는 고무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역할이 단행본 판매로 거의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고료는 어디까지나 생계 보조 수단일 뿐이고 만화가의 주수입은 컨텐츠의 직접 판매여야 하는데, 웹툰은 출발부터 '출판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형태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인기작들의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1)출판이 되어도 여전히 웹에서 볼 수 있음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구매의욕 저하 문제와 2)컬러 인쇄로 인한 단행본 가격 상승과 판매 부진, 3)포탈이 출판사가 아니어서 연재와 더불어 제 때 출판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시기적인 손해, 4)포맷이 다름에서 오는 추가편집의 부담과 어색함 등이 그것이다.
1번의 경우 가장 크리티컬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의미로는 포탈과 만화가 측이 가장 상충하고 있는 부분이라고도 생각된다. 만화가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작품을 대중에게 어느 정도 알렸다면 이후로는 단행본을 통해서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쪽이 맞는데, 포탈의 입장에서는 계속 걸어두어서 지속적인 페이지뷰를 이끌어내는 쪽이 맞기 때문이다. 책을 출판한다고 작품을 내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연재 종료 후 1년까지 게재" 뭐 이런 식으로 연재 초기에 포탈과 권리계약을 하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서 쉽게 말을 꺼내기는 힘든 구조이다.
문제점 2.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낮은 고료와 이로 인한 질적 저하
인터넷의 '인지도 확보의 용이함'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연재처는 한정되어 있는데, 만화를 연재하고자 하는 이들은 바글바글한 상태. 그래서 신인의 경우 지나친 경쟁 때문에 넉넉한 고료를 받기가 힘들다. 생계가 보조 되려면 최소한 회당 20만원(주1회 연재할 경우 월 80)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회당 10만원 정도인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연재처를 찾은 작가들도 주 2,3회를 뛰고 80, 120을 벌기 위해서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받은 중견 작가라 하더라도 대우가 급격히 좋아지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문제점 3. 담당자 문제.
만화계의 수많은 이들이 웹툰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데, 정작 포탈 만화란은 한 두 명의 담당자에 의해 모든 것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화란 담당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1)실력 있고 전망 있는 연재작을 선별하는 안목이 부족하고 2)만화가가 작품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힘들며 3)연재되고 있는 만화가 보다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을 하기가 힘들다. 현 시점에서 포탈 만화란 담당자들은 '의식 있는 문화업계 종사자'라기 보다는 '관리 직원'에 가깝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주어진 예산으로 가능한 한 페이지뷰 수를 뽑아내고, 적절히 만화란이 돌아가게 하면 그만이다.
이제 지금까지 알아본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봐야 하는데, 놀랍게도 나는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문제점들이 모두 하나의 대답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 "온라인포탈 만화란은 출판 사업자가 운영해야 한다!" |
는 것이었다. 외주를 주든, 혹은 포탈이 직접 출판사업을 운영하든 간에 출판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조직이 온라인포탈 만화란을 운영해야 한다. 이제부터 왜 그런지,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겠다.
1. 우선 출판과의 연계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 출판사업자는 페이지뷰보다는 추후의 단행본 판매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출판을 고려하지 않는 작품을 픽업할 이유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즉, 픽업이 되면 반드시 단행본이 출판이 된다는 논리가 되며 이는 작가의 수익을 확실히 보조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애초부터 출판을 염두에 두므로 처음부터 작가가 출판이 용이한 형태로 원고를 그릴 수 있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연재기간이 종료된 작품을 웹에서 내리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이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웹툰의 단행본 판매를 통한 의미있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2. 둘째로, 담당자의 수준이 높아진다. 기존의 만화란 담당자들은 '직원'의 개념이었지만, 출판사업자의 경우 '자기 수익 창출'의 개념을 갖는다. 전자의 경우 픽업한 만화가 실패해도 그저 실망 정도 하면 됐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자기 밥줄이 끊어진다. 작품의 선별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고, 일단 픽업한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안을 제시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보다 질좋은 작품이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담당자의 수도 좀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3. 작가의 고료에도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화책이 팔리기 위해서는 만화의 질이 높아야 하는데 그럴려면 작가가 한 작품에 안정되게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출판사업자는 무분별한 픽업을 줄여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고료를 지급하고, 사후 출판 수익의 일부를 미리 지불하는 형태 등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 위 아이디어에는 작가와 독자, 포탈과 출판사업자, 이렇게 네 가지 주체가 등장한다. 각 주체별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따져보자.
- 우선 작가 입장에서는, 신인일 경우 등용 문턱이 높아지지만 등용됐을 경우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창작에 대한 일련의 조언이나, 필요한 경우 스토리작가와의 연계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 독자 입장에서는, 연재철이 지난 작품을 몰아볼 수 없게 되지만 당장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수준높은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출판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웹진이나 홈페이지, 오프라인 잡지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비해 훨씬 파괴력을 갖는 노출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자사의 단행본을 효과적으로 광고할 기회도 얻게 된다. 많은 특혜를 얻는 만큼 작가 고료를 일부 자체 부담하거나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 포탈의 입장은 좋지 않다. 일단 직영 담당자를 두는 것에 비해 운영비는 줄어들 소지가 있지만, 출판사업자의 운영정책은 페이지뷰 우선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페이지뷰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요소 때문에 전체 계획의 현실성을 타진하기가 애매하진다. 모든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포탈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해서 포탈이 만화란 운영비도 절감하고 페이지뷰도 높아질 수 있다면, 이 아이디어의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사실, "연재철이 지난 만화를 나중에 볼 수 없다"는 것은 사람들을 점차 실시간으로 연재만화를 보도록 변화시킬 가능성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 생각은 이러하다. 현재의 운영방식에 비해서 낮아질 수 있는 당장의 페이지뷰에 대한 부분을, 기존의 출판사업자들이 가진 컨텐츠로 보완하면 어떨까? 대형 포탈과의 연계를 통해 많은 특혜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출판사업자 측에서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될 듯 하다. 포탈 측은 공개 입찰을 통해 이런 것들을 비교하고 업체를 택함으로써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