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반 태권도 시합 장면은 그래도 꽤 볼만 했다. 동작묘사도 잘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보호구를 착용하고 점수 올리기 위주인 재미없는 요즘의 태권도에 비해 실전 무술 대회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신선한 부분이 있었다.
- 어쩌니저쩌니 해도 태권브이는 마징가제트의 표절작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눈가리고 아웅 수준의 디자인적 변용은 했을 지언정, 그 변용은 사실 루피와 짱피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뿐 아니라 파일더 온 시스템이나 가슴의 V자에서 나가는 광자력 빔 같은 것은 거의 아무런 변형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크기라던가 설정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원작에서는 그러한 설정을 지키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 더욱이 로봇 외적인 다른 부분에서는 백설공주나 피터팬 등의 장면을 차용하는 등 거의 장르 크로스오버 적인 짜집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김청기 감독을 필두로 한 제작진은 적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돈을 벌 생각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 그나마 태권브이의 창작성 있는 부분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는 "파일럿과의 정서교감" 시스템이라느니 하는 것도, 원작에서는 '전혀 없는' 것 같다. 태권브이의 시스템은 파일럿의 태권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종의 모션캡쳐 시스템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날조된 기억(?)이었고 태권브이는 다수의 레버와 버튼을 통해 조종됨을 알게 되었다. 일부 장면에서 주인공의 움직임과 로봇의 움직임을 겹쳐서 영상적으로 '표현'했을 뿐이었다.
- 이러한 치부 일색의 작품과 로봇을 아직도 한국 애니메이션사의 '영웅'으로써 기억해야만 하는 현실이 무척 슬프다. 로봇물은 유소년만화의 정점에 서 있는 장르로서, 아무쪼록 다음 세대들이 기억하는 영웅은 태권브이가 아닌 보다 당당한 작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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