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논쟁도 이제 거의 잊혀져가는 이 시점에, 욕만 하고 잊어버릴 게 아니라 한번 직접 "디 워"의 시나리오를 고쳐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래부터는 그 결과물이다.
1.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 주인공의 역할일단은
주인공의 역할을 분명하고 비중있게 하는 것이 첫 단추일 듯 하다. (실제로 가장 많이, 그리고 중요하게 지적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무기와 여의주의 관계에서 인간 호위무사가 필요한 이유... 이것이 확 와닿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원작에서는 이들이 '부라퀴가 여의주를 얻는 것을 가능한 한 막아보려는 연약한 인간들' 정도로 그려지고 있다. (상대가 극악한 거대괴수인데 칼싸움 같은 무예를 익혀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이에 대한 대안이라면 첫째는 호위무사에게 이무기들에 필적할 수 있는 힘을 '확실히' 부여하는 방법, 아니면 둘째는 '적어도 부라퀴로부터 효과적으로 여의주를 도피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부여하는 방법,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있어야 호위무사의 존재가 스토리적으로 역할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1) 주인공이 호위무사로서 절대적 힘을 보여주는 경우우선 첫번째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호위무사에게 무소불위의 힘이 있어서 이무기들을 압도하고 여의주의 향방을 택할 수 있는 경우로, 사실 원작이 이랬다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이야기 자체가 성립이 안되기 때문에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힘을 모름'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는데, 이건 악을 악으로 막는 최악의 수를 둔 걸로 생각된다.
제대로 된 해답은 호위무사의 힘을 이무기들과 간당간당 비등비등 할 정도로 조정해서 긴장감 있는 대결이 계속되게 하고, 상황에 따른 변수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일 듯.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괴수영화'에서 '무협영화'로 변질될 소지가 다분한 바, 1안은 최종 해답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2) 주인공이 여의주를 확실하게 도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우두번째로, 호위무사에게 이무기들의 접근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과 특정 위치로 (여의주를 데리고) 텔레포테이션(한국색을 강조하는 작품이니까 축지법이라고 해두자) 능력을 부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실 이 정도의 능력만 있어도 호위무사 집단은 여의주를 데려갈 이무기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여타의 판타지스러운 힘도 필요치 않아 현실성 면에서도 낫고, 여의주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원래의 목표에도 잘 부합한다. 도망다니는 데에 주인공의 능력이 적극적으로 개입되게 됨으로써 주인공의 의지를 부각시킬수도 있고, "부라퀴는 조낸 빠른데 자동차를 못따라가" 라는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해답은 2안 쪽에 있다고 보고, 이에 맞춰서 스토리의 흐름을 적절히 조절해보는 게 좋아보인다.
2. 터무니없이 거추장스러운 악의 군단주인공에 필적할 정도의 또다른 문제는 부라퀴의 수하들, 아트록스 군단이다. 이들은 여러 모로 '군더더기'다. 도무지 출신도 정체도 알 수 없고, 단지 대규모 전투씬을 위해 필요했을 뿐인 존재인 것이다. 두루마리에서 튀어나오는 등장씬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데다, 이들의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 원작에서는 초인적 힘을 통해 일거에 쓸어버림으로써 해결했으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 하여 수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을 '부라퀴가 필요에 의해 흑마법으로 소환'한 존재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들의 등장과 퇴장에 대한 논리성, 현실성의 문제가 일거에 사라지게 된다. 부라퀴와의 의사소통 문제도 필요 없다. 남는 문제는 왜 이들이 필요한가? 라는 점.
지금까지의 설정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히! 용사가 부라퀴를 감지하고 도망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조선이든 LA든 이들의 움직임은 대규모 전면공격 보다는 비밀스런 움직임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난다. 게다가 주인공인 부라퀴는 사태의 배후에 숨어서 나타나지 말아야 된다는 추가적인 문제도 생기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애초에 의도한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대규모 전투씬은 포기해야 하는가?
1) 조선시대 전투씬일단 조선시대의 대규모 전투씬은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 포기가 아니라 변형한다. 마을을 기습했지만 여의주와 무사가 이미 도망친 걸 알고 부라퀴의 수하들이 악에 받쳐 난동을 부리는 묘사 정도로 충분하다. 여의주녀를 죽일수도 있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포격 씬이 나올 필요는 없다.
2) LA 시가 전투씬그럼 LA 씬은 어떡하느냐... 전투 자체는 벌어져도 된다. 단, 처음에는 조선시대와 비슷한 형태의 비밀 기습 작전으로 전개되다가 경찰과 군이 개입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전면전으로 커지는 형태가 되면 된다. 열맞춰 시가지를 진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와중에 주인공 일행이 어디로 도피했는지 알게 된 수하 하나가 이들을 포획하는 공을 세우게 되고, 비로소 부라퀴가 당당히 그들 앞에 나타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부라퀴의 활약 씬이 너무 적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인공 일행에 대한 추적과는 별도로 군부대와 부라퀴의 혈전 씬을 넣어주면 된다. 실제로도 원작에 보면 군부대가 부라퀴의 위치를 알아내어 모처의 동굴에 진격했다가 물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을 좀 더 그럴듯한 대형 전투로 바꾸면 될 것이다.
일단은 이 정도 만으로도 커다란 흐름을 수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럼 최종적으로 전체 플롯을 정리해보도록 하자.
초반부 : 조선 - 전설의 시작
500년마다 한 번씩, 여의주의 기운을 가진 처녀가 태어난다. 처녀가 20세가 되면 그 기운이 발현되고 여의주를 차지한 이무기는 용이 되어 승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무기 중에는 악한 자도 있어 그들이 여의주를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비밀 집단이 전승되어왔다.
마침내 500년이 되는 해, 여의주녀를 찾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무사는 놀랍게도 자신과 혼인을 약속했던 처자가 여의주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한편 사악한 이무기 부라퀴는 간계를 꾸며 자신이 나타나는 대신 자신의 수하들을 마을로 보내지만 이미 여의주녀는 무사와 달아난 뒤였고, 마을은 처참한 화풀이를 당한다.
하지만 뒤따르는 수하들을 뿌리칠 수 없게 된 무사는 금단의 약을 이용해 여의주녀와 함께 다음 세상에 같이 태어날 것을 택하고 같이 목숨을 끊는다.
중반부: 현재 - 되돌아온 500년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초능력의 소양을 보여온 20세 젊은이. 어릴 적부터 어떤 여자를 찾아야 한다는 반복되는 꿈과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한편 어둠 속 지하에서 부라퀴는 때가 되었으니 여의주를 찾아오라며 흑마법으로 부하들을 소환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밤 길거리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의 습격을 받고 이를 격퇴한 뒤, 자신에게 어떤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며칠 뒤 주인공은 다시 한 번 정체불명의 거한의 기척을 느끼지만 역습을 가하려는 찰나 다른 사나이가 나타나 그를 해치운다. 주인공은 정체를 추궁하지만 상대는 주인공이 꿈 속에서 불리우는 이름으로 그를 부른다. (환생한 사부임.) 사부는 주인공에게 '그녀'를 만났느냐고 묻고,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하자 사부는 불쌍한 눈으로 쳐다본다. 사부는 "이미 때가 되었고, 그녀가 20살이 되면 넌 분명히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지만, 결국 아무 것도 달라진 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여의주녀가 20세가 되는 날, 주인공은 드디어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부라퀴의 지시를 받는 수하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LA 시가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이나 거한들에 대한 목격담이 점차 증가하고, 일부 경찰들이 희생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발견한 주인공은 서로의 정체와 과거를 깨닫게 되고 사부의 말뜻을 이해하게 된다. 일단 그들은 다시 한 번 도망쳐보자고 결의한 뒤 최대한 여의주녀의 신기(神氣)를 숨기기로 한다. 동시에 여의주녀의 위치를 느끼기 시작한 사부 또한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한편 정체불명의 위협을 분석하던 정부당국은 놀랍게도 거대 괴물의 존재를 알게 된다. 군사위성 등으로 부라퀴의 위치를 찾아낸 정부군의 포획 작전이 시작되고 협곡에서 헬기 등을 이용한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지만 군은 예상외의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시가에서는 부라퀴의 수하들이 점차 어둠의 결계를 펴며 주인공들을 조여오고, 최대한 도망치기로 마음먹은 주인공은 상황에 따라 축지법 등을 쓰며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의 포위망을 돌파한다. (절대반지를 착용한 것 같은 이미지로 그려내면 좋을 듯.) 그 와중에 주의력을 잃은 악의 수하들과 군경과의 대치가 전면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주인공과 여의주녀는 틈을 타 포위망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찰나 부라퀴의 수하에게 잡히고 만다. 다시 한 번 포위망에 갖히지만 사부가 나타나 부라퀴의 수하를 물리치고, 셋은 포위망의 중심인 빌딩 위로 도망친다. 이에 부라퀴는 동굴을 벗어나 비로소 빌딩으로 향한다.
후반부 : 심정 전환 - 마무리 국면
빌딩 옥상에서 사부는, "너희들이 택한 선택의 결과가 결국 이거냐"며 둘을 다그친다. 주인공은 하늘을 원망하지만 여의주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무게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녀는 짧은 동안이었지만 행복했으며 용이 되어서도 주인공을 잊지 않겠다고 말한 뒤, 자신을 갈 길로 가게 해달라며 신기를 개방한다.
군대와 일대 전면전을 치루던 부라퀴는 여의주녀의 기운이 커지자 흥분하며 빌딩으로 좁혀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어디선가 다른 이무기가 나타난다. 사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을 인정한 주인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로 부라퀴의 머리에 올라타 빛으로 눈을 가리고, 이 틈에 여의주녀를 획득한 이무기는 용이 되어 부라퀴를 물리친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부라퀴와 그의 군대.
하늘로 올라가는 용. 사부는 주인공에게 "인연은 하늘에 있으며 그 어떤 이도 마음대로 엮을 수 없지만 그 어떤 이도 마음대로 끊을 수 없다"라고 말해준다. 이후 LA의 하늘에는 7년에 한 번씩 폭풍우 속에서 용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전설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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