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전반적으로 무척 여유로운 호흡의 작품이었다. 대다수의 인기 작품들이 보여주는 호흡이 숨돌릴 틈 없는 도시의 정서라면 이 작품은 한적한 시골의 정서랄까... 그런 고전적 여유가 특징적인 작품이었다. 그래서 재미가 없냐... 라고 하면 그건 또 별개의 문제인데, "정령의 수호자"라는 작품은 확실히 '흥행작'으로서의 재미는 모자란 느낌이지만 전반적으로 시청자의 지속적인 흥미를 끌 무언가는은 갖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이를테면 위에서 언급한 여유로움 속에 흘러가는 확실한 극의 흐름, 그리고 비교적 튼튼하게 구축된 환타지 세계관, 또 시대의 풍파를 헤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것이었지 않나 싶다.
스토리작품의 중심축은 신요고 왕국의 제2태자 챠그무가 물의 정령의 알을 잉태(?)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사리를 잘못 판단한 국왕이 챠그무를 죽이라 명하면서 벌어지는 전반부와, 물의 정령의 알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서 물의 정령과 챠그무를 동시에 구할 방법을 모색하는 후반부로 극이 나누어진다.
문제는 후반부에 있다. 물의 정령이 죽거나 아니면 챠그무가 죽거나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가혹한 운명의 라인으로 후반부를 이끌어온 것은 좋았으나, 마무리 단계에서 몇가지 실수를 함으로써 극 전체의 텐션을 망쳐버리고 있다.
- 첫째는 너무나도 쉽게 (또한 설명이 지극히 부족한 방식으로) 물의 정령의 알을 분리해냄으로써 극의 텐션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 둘째는 라룽가에 의해 비참하게 죽을 수 있는 챠그무의 운명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등장한 것 같은 작은 곰 때문에 정령의 알의 유일성이 깨어지고 있는 것. (챠그무가 품고 있는 알 이외에도 다른 물의 정령이 탄생할 여지가 많이 있다면 목숨을 바쳐 물의 정령을 탄생시킬 이유가 크게 줄어든다.)
비록 마지막 부분에서 몇가지 아쉬운 점들을 드러내고 말았지만, '정령의 수호자'라는 작품은 충분히 많은 장점들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챠그무와 바르사라는 캐릭터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아 그 때 그런 캐릭터들이 있었지" 하고 기억이 날 것 같다.
굉장히 이름난 맛집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좋은 요리집을 만난 듯한 느낌의 작품.